<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리즈 (총 4편) >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시작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방문 (현재글)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계약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이사 |
2021년판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리즈 (2) 방문
집 구경 예약 잡기
한국에서도 학부생활을 할 때 자취생이었고, 독일에서도 학생 신분으로 집을 구해 보았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원하는 매물을 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독일에서는 매물을 보러 갈 기회조차 잡기 힘든 게 현실이다. 나는 외국인이고, 소득도 없는 학생이니만큼 당연히 집 임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Besichtigung이라고 불리는, 집을 방문해 돌아볼 기회를 얻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히 집을 물색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두 개의 Besichtigungstermin을 잡을 수 있었다. 집에 방문해서 볼 기회를 준다는 건 일단 계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기에 들뜬 마음으로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집 방문(구경) 약속 전에 챙겨야 할 것들
사진으로 확인하고 방문할 수 있는 경우면 제일 좋지만, 직접 가서 확인해본 뒤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으나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깜짝 놀라 당장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 방문을 하기 전에 미리 서류들을 준비해놓길 권한다.
특히 집 방문 약속을 잡는 경우, 메일로 먼저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나에게 이 집을 '믿고 세 놓을 수 있는 조건을 증명할 서류들'을 나열하게 된다. 그게 외국인 학생 신분의 나를 확실히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자리에서 제출해버리는 게 좋다.
그러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메일에 언급한 서류들, 혹은 그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준비해 가도록 하자. 예를 들어 나는 메일에 'XX대학교 학생'이며, '부모님이 재정을 보증'해주고, '미니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독일 거주에 문제가 없는' 사람임을 어필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류는 학교 입학/등록 증명서와 부모님의 재정보증서, 3개월치 월급증명서 그리고 신분증 사본이 되겠다. 나는 이러한 서류들과 더불어 전 집주인에게 꼬박꼬박 월세를 냈다는 증명서를 필요 시 지참하겠다고도 썼으며 6개월치의 월세 송금 내역을 은행 홈페이지에서 뽑아 챙겨 두었다.
또한 나는 처음 이메일을 돌릴 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내 정보를 기입한 Selbstauskunft를 항상 첨부해서 보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방문약속을 잡을 수 있도록. 그 내용은 내 이름과 직업(학생), 다니는 직장(학교), 집세에 지출 가능한 월별 예산과 반려동물 유무, 악기 연주 유무, 비흡연자 등을 기록한 것이었다. 집을 세주는 입장에서는 미리 알아두면 좋을 조건들이므로 하나 준비해놓고 첨부해 같이 보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 ◇ Checklist ◇ ───
□ Kopie des Personalausweis 신분증 사본 (여권 또는 비자카드)
□ Selbstauskunft 간단한 자기소개
□ Immatrikulationsbescheinigung 학교 등록 증명서 (학생일 경우)
□ Elternbürgschaft 부모님의 보증 (학생일 경우)
□ Gehaltsnachweis für 3 Monate 3개월치 월급명세서 (직장인의 경우 필수)
□ SCHUFA 개인신용등급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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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SCHUFA(슈파): 개인 신용등급안내 무료 신청하기
독일에서 집 구할 때, 부동산 사이트를 보면 거의 모든 부동산/개인 임대자는 SCHUFA를 요구한다. 월세에 대한 지불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개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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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방문 시 해야 할 것들, 주의사항
1. 날짜 및 시간 필수 체크
서류를 다 챙겨두었다면 집 방문 날짜와 시간을 더블체크하도록 하자. 날짜와 시간을 헷갈려버린다면 두 번째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라면 Besichtigung을 한 번 더 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니까 꼭 꼭 꼭 기회를 놓치지 말 것!
2.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할 것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Gruppenbesichtigung, 즉 여러 명이 우루루 들어가서 확인하는 방문이 아닌 이상 절대 지각하지 말도록 하자. 첫인상은 생각보다 이 Pünktlichkeit에서 많이 갈리는 것 같다. 제일 처음 집을 구할 때, 열댓 개의 방문약속 중 딱 하나에 늦어본 것을 제외하고 나는 지각해 본 적이 없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Besichtigung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고, 그룹으로 방문하는 것도 확연히 줄었다. 내가 한 두 번의 방문 중 하나는 Nachmieter를 직접 찾는 현 세입자와 1:1로 15분 정도 집을 봤고, 나머지 하나는 그 집을 연결해주는 분들과 나,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지원자까지 총 네 명이 20분정도 집을 돌아봤다.
3. 양해를 구한 뒤 사진 찍어두고 메모해두기
집에 처음 방문해봤을 때 집 주인이나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게 좋다. 물론 계약을 하게된다면 Schlüsselübergabe를 할 때 (프로토콜을 할 때) 체크하게 되겠지만. 나는 이번에 2회밖에 없었지만 10회 이상으로 집을 보러 다니게 될 경우 꼭 사진과 짧은 메모들을 기록해두는 게 좋다. 특징과 단점 등등을. 내 머리 용량을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 집을 돌아볼 때도 세입자가 아직 생활하는 공간일 경우 결국 개인적인 물품을 두는 공간일 수밖에 없으므로 사진 촬영 전 양해구하기는 필수이고, 상기한 이유로 세입자가 정중히 거절해도 기분 나빠할 수 없다.
4. 복장은 단정하게
일단 남의 집에 방문하는 거다. 내가 이 집에 살게 되든 아니든 현재 다른 사람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은 남의 집이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복장으로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Nachmieter를 찾으면서 여러 팀을 받아봤는데 (이 경험은 나중에 또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 이건 생각보다 되게 기본적이라서 신경쓰지 않고 오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이것보다 중요한 건 시간약속 외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의 집에 와서 이곳저곳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웬 홈웨어 느낌의 옷에 맨발로 털레털레 들어와 실내용 슬리퍼를 달라 하는 몰상식함은 절대 네버다.
5. 궁금한 사항, 알아야 할 사항 꼼꼼히 물어보기
부동산 업자이든, 개인이든, Nachmieter를 찾는 전 세입자이든 물어봐야 할 것들을 꼭 물어봐야 한다. 가령 집주인이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지, 네벤코스텐(관리비)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이웃들은 어떤지 등등.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이 헷갈려해서 가끔 선 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디로 이사가세요?'를 묻는 건 전혀 필요 없는 질문이다. 사람에 따라 불편해할 수도 있다. 대신 꼭 물어보고 알고 있으면 좋을 것은 '왜 이사를 하려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사하려는 이유가 개인적인 거면 대충 얼버무릴 것이고, 예를 들어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불면증이 생겨서 이사한다'고 하면 해당 집을 재고해볼 이유가 생기는 것이니 물어보면 좋다.
6. 체크해보면 좋을 사항
물 한 번 틀어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수압 체크를 해 보면 좋다. 한국에서 자취 경력이 있으면 당연히 체크할 사항이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해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꼭 챙겨서 확인하자. 변기 물이 잘 내려가는지도 확인하고, 악취나 곰팡이, 결로현상이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난방 형태가 중앙난방인지, 하이쭝이 가스/오일인지 전기인지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기세는 평균적으로 얼마나 나오는지, 방음은 잘 되는지 등등. 전 세입자의 예상 이사 시기를 물어봐두는 것도 계약할 때 도움이 된다.
집 밖으로는 주변의 도로 상황, 주차공간, 대중교통 이용 가능성 확인, 마트의 위치 등을 알아두면 좋다.
집 계약 소망 여부 알림
집을 다 돌아보았는데 마음에 든다? 그럼 바로 집주인이나 대리인(Vertreter)에게 준비해간 서류를 넘기자. 요새는 독일도 코로나로 온라인이 많이 발전(?)하면서 이메일로 넘겨줘도 괜찮다는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준비성 면에서도 그렇고 서류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그렇고 직접 서류철을 준비해가면 좋은 인상을 줄 수있지 않을까 싶다.
집이 정말 마음에 들고, 여기 내가 준비해 온 서류들이 있으니 확인해 보고 계약 여부를 알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정중한 멘트와 함께 넘겨주면 열이면 열 좋아한다. 아, 미리 준비해 오셨군요 하고. 물론 미리 준비해가는 것과 계약성사는 1대1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가능성을 조금은 높여주지 않을까.
진짜 진짜 괜찮았던 경우에는 귀가한 뒤 이메일로 오늘 집구경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했고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라 꼭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내용을 예의있게 한 번 더 어필해도 괜찮다.
원하는 집 선택
집주인도 세입자를 선택해야 하지만, 세입자도 살 집을 선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조건 중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포기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집을 구할 때는 대부분 급하게 구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조건(치안, 교통, 마트 등)을 경시하는 일도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길게 보면 너무 손해이니까 꼭 심사숙고해서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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