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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망, 독일에 살다/독일 정착기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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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판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리즈 (1) 시작

학생 신분으로 독일에서 집 구하기 

나의 석사 마지막 단계가 눈 앞이다. 다가오는 논문학기를 준비하면서 혼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절실해졌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지내던 WG (Wohngemeinschaft: 공동주거) 형식의 집을 떠나 각자의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로써 독일에 온 뒤 집을 구하는 두 번째 경험이다.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리즈 (총 4편) >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시작 (현재글)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방문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계약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이사

 

쾰른      Köln │ Cologne

산책하며 찍은 좋은 날의 좋은 쾰른

 

쾰른, 집 구하기 참 힘든 곳이다.

인구수도, 잘 알려진 도시도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서도 대도시로 손꼽히는 이 동네에 학생, 직장인, 이민자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도 그 중 한명으로 집을 구하는 데 꽤 고생했다. 이메일을 수십 통을 보내도 답장을 받는 일은 손에 겨우 꼽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리뷰를 걱정하는 부동산들의 입발린 Rundmail(전체편지?)과 거절한다는 내용이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어디에나 길은 있고, 찾아보면 방법은 있으며 부딪히다 보면 부서지는 게 벽이더라. 독일에서, 쾰른에서, 뭐 꼭 쾰른이 아니더라도 대도시나 또다른 집 구하기 힘들 도시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집을 찾는 여정을 간략하고 주관적으로 적어 기록해두려고 한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게 집구하기 과정이다. 이번에 이사를 결심하고 나서 집을 찾을 때에도 역시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 직업을 다른 곳에서 가진다거나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 아니면 이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힘들어.

 


 

쾰른 학생 기숙사   Kölner Studierendenwerk │ KSTW

kstw

 

잠깐 기숙사 이야기를 하자. 기숙사는 알아보지 않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은 아인첼찜머Einzel-Zimmer 혹은 아파트먼트 Appartment 라고 불리는 원룸/스튜디오 형태의 1인가구형태였다. 기숙사는 아쉽게도 완벽한 아인첼이나 스튜디오 형태의 집을 구하기에는 좀 힘들다.

 

쾰른의 학생기숙사 담당' KSTW'는 학교별로 기숙사를 배정하지 않는다. 한 기관에서 쾰른 내의 모든 학생들을 담당한다. 매 년, 매 학기 학생은 넘치는데 기숙사 방은 모자라서 못 받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애초에 쾰른 학생 기숙사 홈페이지에도 '쾰른에 지원할 계획이라면 반 년 전에 미리 신청해두세요'라고 안내를 한다. 일단 기숙사 방을 구하는 리스트에 올라가 있고, 그 다음에 합격하면 합격 통지와 입학증명서를 보내면 된다는 이상한 프로세스다.

 

웃긴 건 애초에 사무실에 가서 방을 달라고 애원하면 바로 방을 하나씩 내어 준다는 거다. 시스템이 글러먹었다.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질 지경. 쓰다보니 급발진해버렸다. 아무튼 기숙사는 당장 신청해봤자 반 년은 기다려야 할 게 분명했고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삶은 살 수 없을 확률이 90퍼센트였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뒀다. 코로나 시국에 기숙사가 그렇게 많이들 빈다던데, 이 단체는 여전히 철통방어로 방 없음, 대기하세요를 내세우고 있다. 휴.

 


 

집 구경 좀 하겠다니까요?      Ich möchte Ihre Wohnung besichtigen.

 

독일의 월세 풍경은 내가 겪어본 우리나라의 문화와 많이 다르다.

세입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법적인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집주인이 월세를 줄 세입자를 찾을 때 굉장히 깐깐하게 보는 편이다. 때문에 집을 구할 때 간략하고 명확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재정 상태, 앞으로의 계획 등을 어필하는 것은 제대로 집 구하기의 필수 코스다. 또한 이 집을 내가 '잘' 관리하고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음을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튼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게 독일의 월세 낙찰받기(?)다.

 

부동산을 끼고 찾으면 부동산에게 니즈를 피력한 쪽이 3개월치의 순월세(Kaltmiete: 순수하게 집을 빌리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집이 필요해서 '~한 집을 찾아달라'고 해서 부동산이 '찾아 주게 되면' 3개월치 월세를 복비로 내는 식이다. 다만, 집주인 측에서 부동산을 통해 공고를 낸 집에 연락하는 것은 내가 요구한 것이 아니므로 거래를 하게 되면 집주인 쪽에서 복비를 지불한다.

 

요즘은 독일의 부동산 사이트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터넷으로 집을 찾는 수요와 제공하는 공급이 활발하다. 그래서 나도 온갖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들을 섭렵하며 메일을 수십 통을 보냈다. 집주인이 직접 올리는 공고보다는 현 세입자가 나흐미터 Nachmieter 를 찾는 글이 많은 WG Gesucht 에 올라오는 새 공고들을 매 시간 확인했다. 특히 Immoscout 24 에서는 매일매일 조건에 맞는 집 알림이 뜰 때마다 바로 들어가서 미리 준비해둔 멘트를 필요한 것만 바꿔 보내기를 반복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Deaktiviert 된 집들...ㅜ

결과는 세 가지였다.

1. 문의한 메일에 답조차 주지 않고 비활성화 Deaktiviert 되는 경우

2. 답은 주지만 'leider mitteilen, dass...'가 들어가는, '거절' 혹은 '모집완료'의 내용인 경우

3. 집을 보러 오라는 경우

 

당연하게도 3번의 '집을 보러 오세요'라는 메일은 받기 매우 힘들다. 지난번 코로나 터지기 전에 집 구할 때는 그래도 10통 중 1-2통은 집 구경 약속(Besichtigungstermin)을 잡아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하는 락다운 기간 동안 집을 구해서 집 방문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다들 말없이 사라지던 집 공고들...

 

이번 집구하기에서는 정말 답장 받은 게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저 임모스카웃24에서는 단.한.통.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어보지 못했다. 모두 자동답변과 첫 번째 방문약속그룹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거절의 내용뿐.

 

거 참, 집 구경 좀 하겠다는데 되게 빡빡하게 구시네.

 


 

막간 정보제공 !

학생을 위한, 승률 높은 사이트    Privatzimmerbörse Köln

Studierendenwerk에서는 자신들의 기숙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음을 굉장히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을 대상으로 방/집을 제공하는 개인이 제공하는 방 매칭 서비스를 홈페이지에서 같이 운영한다. 물론 학생이 아닐 경우도 받아줄 수야 있겠지만... 내가 겪어본 바로는 '학생 신분인 자'에게 집을 임대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에 글을 올린다.

내가 쾰른에서 집을 구한 건 한국에서 한 번, 와서 두 번으로 총 세 번이다. 세 번 모두 이 사이트에서 집을 구했으니, 나의 해당 사이트 승률은 100퍼센트라고 할 수 있겠다.

 

Privatzimmer Suchen 페이지에서 맞는 조건으로, 원하는 지역 내에서 검색하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올려둔 집의 목록이 뜬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Zimmer로 제공하는 경우, 집에 방이 하나 남는 것을 셋방으로 내어주는 뜻이라는 거다. Wohnung은 말 그대로 보눙, 집이고 Appartment도 스튜디오 원룸 형식의 아인첼이다. Haus라고 적힌 경우 하우스 전체...일 가능성보다 주택에서 남는 방 하나를 임대한다는 뜻이므로 Beschreibung을 잘 읽어보아야 한다.

 


 

또 하나, 이 사이트의 시스템이 역시나 썩 체계적이지 않고 세분화는커녕 세상 불친절함을 염두에 두고 알아보자. 아래 사진으로 예시를 들어 보겠다.

 

 

이 사진을 보면 Kosten(비용)항목에 Miete(월세), Kaution(보증금), Nebenkosten(관리/부대비용)이 적혀있다. 미테 부분에 순월세인 Kaltmiete인지, 총월세인 Warmmiete인지를 정확하게 분류해놓지 않았다. 이거 하나 제대로 분류해놓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KSTW측에서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저게 칼트미테인지, 밤미테인지 꼭 잘 봐야한다. 이렇게 안 적혀 있는 경우에는 보증금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보증금으로 3개월치 월세를 받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저기에 기재된 미테를 세 배로 곱해보았을 때 보증금 금액이면 그게 칼트미테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위 사진을 보고 밤미테(대부분 밤미테로 적어놓는 게 일반적이므로)인 줄 알고 콘탁을 시도했었다. 집주인도 긍정적으로 나오고 바로 방문약속을 잡는 등 적극적인 계약 과정에 들어갈 뻔 했으나... 저것이 칼트미테고 네벤코스텐까지 합치면 한 달에 610유로는 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너무 비싸다고, 예상치 못했다고 방문을 취소하자 집주인이 좀 급한지 미테는 못 깎고 네벤코스텐 비용을 좀 내려서 550유로까지 깎아주겠다고 선심(?)을 쓰는 딜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50유로에 전기세, 인터넷비용 등을 합치면 너무너무 비쌀 것 같아 결국 안 될 것 같다고 거절하는 메일을 썼다. 생각해보니 내가 집주인의 제안까지 거절해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네.

 

여기서 밑에 있는 Adresse는 집주인/임대인의 연락처다. 여기에 있는 연락처로 콘탁하면 대부분 답장은 해 준다. 긍정이냐 부정이냐의 문제일 뿐이지. 여기서도 네다섯 통 정도의 거절 메일을 받았다. 대부분 오래된 공고를 제때 내리지 않으니 방이 여전히 있느냐를 물어보며 메일을 쓰는 게 좋다

 

 

집 방문      Besichtigungstermin

실제로 받은 회신들

다음 시리즈에 바로 이어서 집 '방문'의 경험을 쓰려 한다. 이사를 결심하고 집주인에게 알린 뒤 새 집을 구하는 데 3개월간의 말미가 생겼다. 위 사이트를 매일매일 새로고침하면서 좋은 매물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임모스카웃도 짜증나지만 열심히 들락거리며 메시지를 남겼다. 어느 날 개인 방 제공 페이지에 괜찮은 매물이 두어 개 나온 걸 확인하고 또 바로 메일을 썼다. 뿐만 아니라 호시탐탐 살피던 이베이 클라인안차이겐 Ebay Kleinanzeigen에도 지금 사는 곳 근처에 저렴한 매물이 나와서 바로 콘탁을 시도했고, 긍정적인 메일을 받았다.

 

다음 편에는 이 두 집을 방문하기까지의 준비과정, 고민과 선택 등에 관련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리즈 (총 4편) >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시작 (현재글)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방문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계약
·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 이사

 

 

 

 

2021년 6월 14일 네이버 블로그, '독일 유학생, 집을 구해보자: 시작' 글 동시게재

https://blog.naver.com/dazzle1129/22239698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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