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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망, 독일에 살다/독일 정착기

독일 자리잡기 1단계 : 거주지 등록 Anmel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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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착 이틀만에 내가 새로 살 집을 관할하는 구역의 외국인청에 방문했다. 쾰른 내에서도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어서 거주하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외국인청(Bezirkausländeramt / Ausländerbehörde)에 가면 된다. 듣기로는 린덴탈Lindental에 있는 외국인청이 덜 까다롭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간 에렌펠트Ehrenfeld도 그리 까다롭지는 않았다. 사실 비자 담당자와 거주신고 담당자를 재수 없지 않은 사람으로 잘 만난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준비해야 할 서류와 조건을 미리 잘 체크해서 가지고 가면 웬만한 결격사유가 아니고서야 허가를 잘 내어준다.

Anmeldung 안멜둥 - 거주지 등록은행에서 계좌를 열 때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기를 권한다(사실 권하지 않아도 아마 다른 단계를 위해서는 다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다ㅠㅠ). 

집 계약이 시작되는 날짜에서 14일 이내로 안멜둥을 해야 하니 빠르게 받을수록 마음이 편하다. 해당 기한을 넘길 경우 벌금이 붙는다. 안멜둥 준비물로는 신분증인 여권, 거주지 계약서(Vertrag)를 요구하니 한 번에 꼭 챙겨가자. 준비물도 간단하고 절차도 다른 공공업무에 비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에렌펠트 암트의 경우, 0층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안내 데스크에 방문 목적을 알리고 준비해 온 서류를 보여주면 번호표를 뽑아 준다. 나는 원래 비자에 대해 물으러 갔던 길이었는데, 2층의 외국인청에서 아침 9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기다리다가 들어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필요한 준비서류 목록만 덜렁 받고 나왔다. 참고로 에렌펠트 외국인청의 비자업무 대기열에는 번호표가 없고, 사람들끼리 서로 순번을 정해 대기하고 있었다.

아무튼 비자 발급에 필요한 첫 번째 항목이 거주지 등록 증명서(Meldebestätigung)였기 때문에 온 김에 안멜둥을 하러 10시 반에 내려갔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데,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앞서 들어간 사람들의 일 처리가 엄청 오래 걸려서 12시 반이 넘어서야 거주지 등록을 하러 입장할 수 있었다. 같이 기다리면서 독일의 행정체계를 함께 견뎌준 언니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나를 담당해준 공무원은 점심식사 시간에 교대로 일하는 중이셨는데, 걱정한 것과 달리 아주 친절하고 빠르게 안멜덴을 도와줬다. 여권을 보여주니까 간단히 신분을 확인하고 예전에 독일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 종교가 있는지, 가족이나 부양자가 있는지에 대해 짧게 질문을 하고 서류를 작성해서 도장을 찍어준다. 나는 이전에 레겐스부르크에서 1년간 거주한 데이터가 있어서 거주했던 주소나 목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어봤다.

마지막으로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냐는 질문에 내가 noch nicht, 아직 살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담당자가 미소를 짓는다. 사실 내가 8월 말에 도착하고 9월 1일부터 새 집의 계약기간이 시작되는 것이어서 거주지 등록은 원칙상 9월 1일부터 14일간 가능했다. 하지만 그 날은 무려 8월 30일.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다시 와야 하나 싶었지만, 그 베암틴이 아주 뉘앙스를 주면서 'Ja'라고 해야~ 우리가~ 등록을~ 해 주는데~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나요~~? 라는 느낌으로 한 번 더 질문을 하더라. 당연히 내 대답은 'JA'.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레스 클라, 하고 바로 거주허가서(Meldebestätigung)를 발행해 줬다.

무조건 꼭 꼭 꼭 잘 챙겨놔야 한다.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되는 중요한 서류.

원래 레겐스부르크에서 지낼 때 받은, 이미 만료된 비자카드의 위에 임시로 새 주소를 붙이는 것으로 안멜둥은 끝.

암트를 나오면서 언니랑 한 말은, 독일에서 이런 융통성(?)은 참 낯설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친절한데다 융통성 있게 어느 정도 상황을 참작해주는 센스를 갖춘 공무원은 만나기 힘들다는 게 우리 둘의 중론. 두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nett한 공무원 덕분에 즐겁게 암트를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집, 집, 집. 집을 구하면 반은 다 한 거고, 거주지 등록을 했다면 그것 또한 자리잡기의 반절은 끝낸 것이다.

 

TIP.

쾰른에서는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이 거주허가서(멜데베슈태티궁Meldebestätigung)을 지참하면 시의 박물관 관람료가 면제된다고 한다. 나는 한 번 가보았는데, 그 이후로 매 달 까먹어서 못 가고 있다. 박물관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첫째 주 목요일을 즐겨 보시는 걸로... 초콜릿 박물관은 아마 안 되지 싶다.

 

 

 

 

 

2018년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독일 자리잡기 1단계 : 거주지 등록 (Anmeldung)' 옮김

https://blog.naver.com/dazzle1129/22144137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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